동물병원에서 테크니션은 진료의 많은 부분을 함께 만들어가는 핵심 인력입니다. 하지만 테크니션이 얼마나 오래 일하고, 얼마나 성장하는가는 각 병원마다 차이가 매우 큽니다.

몇몇 원장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테크니션들은 성장한다는 느낌을 못 받거나, 경력이 쌓여도 역할이 그래도라 소모되는 느낌을 받는다고 합니다. 이 문제는 개인의 태도보다도 병원이 어떤 구조를 갖고 있느냐에 더 큰 영향을 받습니다.

1. 왜 테크니션 커리어 관리는 ‘병원 운영’의 핵심인가

테크니션은 단순 보조 인력이 아닌 동물병원의 진료 흐름, 보호자 경험, 팀워크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탱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테크니션 이직률이 높으면 병원은 크게 흔들리기 마련이죠.

반대로 테크니션이 오래 머무르면 진료는 안정되고, 원장은 진료에 집중할 수 있고, 보호자 경험까지 좋아집니다.

즉, 테크니션의 성장은 원장님의 시간을 되돌려주는 전략적 투자입니다.

2. 테크니션이 ‘소모’되는 병원의 공통점

• 같은 업무만 반복되며 역할이 넓어질 기회가 부족함

• 기준이 없어 상황에 따라 일이 조금씩 다르게 흘러감

• 잘하고 있어도 “내가 어디까지 성장한 걸까?”를 확인하기 어려움

• 경력이 쌓여도 책임 범위나 역할 변화가 거의 없어 정체감을 느끼기 쉬움

이러다 보면 테크니션은 직업에 대한 고민이 생기고, 성장 경로가 보이지 않으면 퇴사나 이직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3. 테크니션이 성장할 수 있는 병원 특징

① 역할을 ‘단계별’로 나눈다 (신입 → 중급 → 숙련)

병원에서 하는 가장 흔한 실수가 모든 테크니션에게 같은 역할을 기대하는 것입니다. 단계별 기준을 만들어 보세요.

신입 (~ 6개월)
준비, 보정, 기본 기록
보호자 안내는 최소한으로 담당

1–2년차
검사 진행
진료 흐름에 맞춘 준비
기본 보호자 안내 담당

숙련자(3년 이상)
진료 흐름 조율
보호자 설명 일부 담당
팀원 교육 지원

이런 식으로 근무 연차별 역할 기준을 나누어 두면 테크니션은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고, 교육 부담도 크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② 반복 업무 대신 ‘책임 영역’을 부여한다

책임은 부담이 아니라 자기 역할을 갖는 경험입니다.

검사 프로세스 총괄, 처치실 흐름 관리, 진료실 준비 루틴 담당, 수술 전후 세팅 담당, 기록·정리 담당 등의 역할을 부여한다면 일을 시키는 구조에서 '내가 맡은 영역이 있는 구조'로 바뀌어 테크니션의 태도, 집중도, 만족도는 즉각적으로 달라집니다.

원장님 입장에서는 운영의 일부가 자동화되는 효과 또한 생깁니다.

③ 보호자 안내 기준을 함께 제공한다

병원에서 가장 흔한 CS 문제의 근본 원인은 안내 내용이 직원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또한테크니션이 가장 부담 느끼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먼저 ‘무엇을 꼭 안내해야 하는가’를 정해주세요. 기준이 생기면 테크니션의 부담도 줄고 병원은 CS 안정성을 얻게 됩니다.

④ 피드백을 ‘평가’가 아니라 ‘방향 제시’로 만든다

“이 부분은 잘 되고 있어요.”, “다음에는 이런 방식으로 해보면 좋겠어요.”, “다음 단계로 가려면 이 세 가지가 필요해요.”

피드백을 구체적이면서 방향을 제시해 주면 테크니션은 성장의 경험이 되고, 원장님은 운영을 한번 더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⑤ 성장과 연동되는 보상 구조를 만든다

테크니션의 성장은 심리적 동기만으로는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역할 단계별 기본급 차등, 책임 범위 확장 시 인센티브, 교육 지원, 내부 레벨 시스템 등으로 보상해준다면 진료 품질도 상승됨과 동시에 병원이 테크니션을 소모품이 아닌 ‘전문 인력’으로 대우한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습니다.

4. 성장 환경은 원장의 철학과 병원 시스템이 만든다

기준이 있고 역할이 확장될 수 있으며, 피드백과 성장 경로가 분명한 동물병원에서는 테크니션도 함께 성장합니다. 그 결과, 진료 흐름이 안정되고 보호자 경험이 좋아지며, 원장님은 더 중요한 의사 결정과 진료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테크니션이 성장할 수 있어야 동물병원 또한 성장하는 조직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