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는 늘 시간이 모자랍니다. 환자를 살피고 보호자와 상담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벅찬데 꼼꼼한 차트 작성까지, 진료가 끝나도 해야할 일이 남아있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 불편함은 비단 수의사 선생님의 동물병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해외의 많은 동물병원들 역시 같은 어려움을 겪어왔고,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수의사 선생님은 진료에만 집중하고 AI가 대신 차트를 작성해주는 시스템입니다. 이제 해외에서는 더 이상 낯선 기술이 아니라 일상적인 풍경이 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당연한 풍경이 된 AI 차트 기술

미국수의사협회(AVMA)의 최근 조사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AI에 익숙한 수의사 중 거의 30%가 이미 일주일에 여러 번 또는 매일 AI를 진료에 활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더욱 흥미로운 건 은퇴를 앞둔 베테랑 수의사들까지도 음성인식 AI 도구에 큰 관심을 보인다는 점이에요.

현재 약 20여 개의 회사들이 동물병원 전용 AI 기반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시장에 출시하고 있습니다. 이들 중 주요 시스템들을 살펴보면...

Digitail Tails AI - 병원관리시스템에 완전 통합된 AI 차트

Digitail의 Tails AI는 병원관리시스템에 AI가 완전히 통합된 형태로 동작합니다. 가장 혁신적인 부분은 실시간 음성 인식과 자동 SOAP 노트 생성 기능입니다.

자연스러운 진료 대화의 자동 차트화

기존 음성인식 도구들은 수의사가 의도적으로 AI에게 말하는 느낌이 강했다면, Tails AI는 보호자와의 자연스러운 대화 자체가 곧 차트가 됩니다.
"이번 주에 구토는 몇 번 정도 하셨나요?" "하루에 한 번씩 3일 정도요" 같은 일상적인 대화가 그대로 '구토 빈도 1회/일, 3일간 지속'으로 변환됩니다.

지능적인 정보 분류와 의학적 맥락 파악

산발적으로 나오는 정보들을 의학적 맥락에 맞게 재구성합니다. 진료 초반에 나온 "털이 많이 빠져요"라는 증상과 중간에 언급된 "최근에 스트레스가 많았을 것 같아요"라는 정보, 그리고 마지막에 확인된 "피부에 발진이 있네요"를 모두 연결해서 피부과적 문제로 통합 정리합니다.

다국어 지원 및 스마트 요약

진료 중 대화를 여러 언어로 인식할 수 있으며, 전화 상담 내용도 자동으로 요약해 환자 기록에 저장합니다. 또한 이미지와 PDF 문서를 분석해 텍스트를 추출하고 요약하는 기능도 제공합니다.

이 외에도 ScribbleVet, HappyDoc, VetRec 등의 서비스들이 있습니다. 이 서비스들 역시 진료 중 대화를 녹음하면 몇 분 내에 SOAP 노트를 완성시킬 수 있습니다. 불필요한 잡담은 자동으로 필터링하고, 수의학 전문 용어에 최적화된 AI가 정확한 차트를 생성해줍니다.

해외 수의사들이 AI에 열광하는 진짜 이유

AI 차트 시스템이 빠르게 확산되는 이유는 편리함 그 이상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사용자들의 반응을 종합해 보면, AI가 수의사의 업무 방식과 보호자 경험 모두에 큰 변화를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1. 압도적인 효율성과 정확성

AI는 수의사가 자연스럽게 말하는 내용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체계적인 SOAP 노트로 변환하는데, 이 과정에서 잠재적인 오류나 누락을 자동으로 식별해 기록의 일관성과 정확성을 높여주죠. 덕분에 차트 작성 시간이 크게 줄어 수의사들은 진료에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2. 보호자 소통의 혁신

전문적인 진단 내용을 보호자가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자동 전환해 설명서나 메시지를 만들어줍니다. 심지어 보호자의 성향에 따라 메시지 톤까지 조절할 수 있어, 복잡한 진료 과정이 친근하고 명확하게 전달됩니다. 이는 보호자의 신뢰를 높이고 치료 순응도를 개선하는 효과로 이어집니다.

3. 인력 부족과 스트레스 완화

수의사 인력 부족이 문제인 상황에서 AI는 문제를 완화시켜주는 해결책이 되고 있습니다. 반복적이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업무를 줄여주면서 불필요한 야근도 크게 감소했죠. 이는 시간 절약을 넘어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4. 데이터 기반의 운영 혁신

AI가 누적하는 차트 데이터는 새로운 통찰을 제공합니다. 개별 차원에서는 보이지 않던 패턴을 발견해 진단·치료 방향을 개선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설계하는 데 중요한 자산이 됩니다.

국내에서도 이미 준비 중인 AI 차트 기술

해외의 성공 사례들을 보며, 국내에서도 AI 차트 기술 도입을 위한 준비가 시작되었습니다. 클라우드 동물병원 차트 플러스벳에서도 한국형 AI 차트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플러스벳은 실시간 음성 인식 기능과 환자 이력 통합 관리 시스템을 준비 중입니다. 진료 중 대화를 자동으로 차트에 정리하고, 환자의 모든 정보를 시간순으로 정리해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는 기능들이죠. 이를 통해 수의사들이 화면 전환 없이 차트 작성부터 검사 오더, 보호자 소통까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적지 않은 수의사가 주 단위로 AI를 사용하고 있고, 진료 1건당 최대 10분씩 절약하며 업무 부담을 경감시키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시작 단계지만, 한국어 자연어 처리와 국내 진료 환경에 특화된 AI 시스템으로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 나은 환자 케어와 보호자 서비스를 위한 AI

기술의 발전 속도를 보면, 국내 동물병원도 머지않아 이런 시스템들을 접하게 될 것입니다. AI 기술이 모든 걸 대체하진 않겠지만, 수의사의 본질적인 역할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는 강력한 도구가 될 것입니다.